[오스틀로이드] 대치동 엄마들의 두 가지 아이콘
낮에 큰애 친구 엄마들 모임이 있어서 나갔다 왔습니다. 아이 초6부터 만나기 시작해서 고입, 대입 고민을 함께 나누다가 이젠 슬슬 결혼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 중에는 둘째 아이 엄마라서 큰애들은 벌써 결혼시켜서 사위나 며느리를 본 사람도 있구요.
오늘 화제는 아이들 결혼 후 집 문제였습니다.
애들이 돈 모아서 집을 살 수 있을까?
거기 모인 사람들의 자녀 대부분이 상위 1% 이내 학업 능력을 지닌강남 키즈들인데...
엄마들의 결론은, '힘들다'였습니다.
30살 전후로 돈 벌기 시작해서 연봉 1억 내외로.. 아이 낳고 키우면서 1년에 얼마나 모으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 한 분은 큰딸이 S의대 출신 의사, 사위도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라 둘의 연봉이 합쳐서 수억인데도 집값 더 이상 안 오를 줄 알고 집 안 사고 있다가..
이제서야 위기 의식 느껴서 집 사려고 보니 너무 올라서 원하는 곳에 집 사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은행 예금 빼서 융자 좀 받으면 웬만한 건 살 수 있으련만, 은행에서 다달이 받는 이자 300만원의 달콤함을 쉽게 못 버리는게 안타깝다고..딸의 재테크 관념에 대해 답답해 하시더군요.
한 마디로... 재테크 할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모인 엄마들의 결론은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재테크'란 것이었습니다.
요즘 부동산 재테크는, 강남 복부인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전엔 동네 부동산에서 듣던 제한된 정보가 전부였으나 이제는 전국망 네트웍으로 정보를 주고 받아 빠르고 넓게 퍼져 나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동네 부동산들도 자신이 관리하는 동네 집값의 향방을 알 수 없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좀 더 전문적이고 치밀한 학습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집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시간의 할애가 중요합니다.
동네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취하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판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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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부동산 재테크의 '성공 + 실패'
쌤쌤인 저의 이야기...^^
저는 돈에 대한 아무런 관심없이 시집살이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분가할 때에서야 시댁 형편을 적나라하게 알게 되어 답답한 마음에 재테크에 관심 갖기 시작했습니다.
1988년 처음 발간된 '부동산 뱅크' 잡지를 창간호부터 정기 구독 시작. 강남 진입을 목표로 관심 아파트값의 추이를 매달 빨간 줄 그으며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손에 쥔 것이 없어서 1500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개포 11평을 사지 못하고 침만 삼키다가
(융자받으면 가능했는데 빚이 무서워서)
올림픽 끝나고 1억으로 오른 거 보면서 인플레가 뭔지 확실히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월세 나가는게 너무 아깝고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안정된 주거지가 필요해서 직장(학교) 반포와 교통이 편하고 자금 여력이 되는 곳을 찾다가 '인덕원'까지 가게 됩니다.
재형저축 해약한 1000만원
공무원 전세자금 융자 500만원(당시도 있었음)
1000만원 보험사 융자
2500만원으로 인덕원 부근
미분양된 24평 신축 연립 빌라를 삽니다
그때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인덕원까지 밀려나서 집 사면서 남편과 싸우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서울엔 아파트도 별로 없었고 올림픽 이후 집값이 너무 올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새로운 걸 깨닫게 됩니다. 우연히 큰애와 동갑인 윗집 아이 엄마를 알게 되었는데 . 어느 날, 돈 봉투를 들고 있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개포동 아파트 전세금 올려받은 천만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고차 사서 집세 싼 인덕원 연립에서 월세 살고 있는 돈은 개포 13평 전세 껴서 사 두었는데 전세비가 올라서 원금 이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요즘 말하는 '갭투자'의 개념을 터득하게 됩니다. 나도 싼 연립에 월세 살거나 융자 좀 받았다면 침만 삼키지 않고 개포 아파트 살 수 있었는데... 그녀의 돈봉투가 내내 샘이 났습니다.
***
다행히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신도시 아파트 분양
청약 300만원 넣어뒀는데 아무래도 30평대는 경쟁률이 셀 것 같아서 경기도는 500만원이면 50평대 받을 수 있어서 경쟁률이 약한 산본 50평을 분양받았습니다. 그리고 신도시 입주 시점엔 연립 매물 많아 안 팔릴 갓 같아서 재빨리 팔았습니다.
2500만원 매입 →5500만원 매도
아파트 짓는 3년간 아이 데리고 아파트 공사 현장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3년 후, 큰 아이 4살 때 50평 새 아파트 입주.
분양가 9000만원에.
그러나 막상 들어가 살아보니 공기 맑고 깨끗하고 지하철도 있으나 승용차로는 남태령에서 너무 정체되어 서울과의 절대 거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장기적 관점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되어서 팔고 강남으로 들어오기로 결정합니다.
산본 50평 아파트 9000만원 분양받아
→2억 천만원에 매도
대치동 선경 31평, 2억 1000만 + 저축
→2억7천만원에 매입.
당시엔 신도시가 뜨고, 강남 집값 하락기였는데. 그 이후로도 한동안 신도시는 집값이 오르고 강남은 제자리 걸음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직장 가까운 실거주라서 집값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아이 교육 환경도 좋았고...
강남 이사 와서 아이 초등 입학 후 아이 친구 엄마들 만나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교육열이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남의 집 놀러가면... 엄마들이 제일 관심 갖는 부분이 그집 책꽂이에 어떤 책이 있는가였습니다. 그리곤.. 경쟁하듯 우리집 없는 책을 사기 위해 '개포서적'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대치동엔 저같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즉, 부유한 부모님 덕분에 쉽게 강남에 정착한 분들이 많은 압구정, 반포완 달리...
운 좋게 대학교육 제대로 받은 사람들이 자신들처럼 교육이 미래라는 관념으로 아이 교육에 접근하고, 재테크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엄마들 만나다 보면 교육뿐 아니라 자연스레 재테크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게 되었고 실질적인 사례가 눈앞에 있기에 실행에 옮기는데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대치동 엄마들의 두 가지 아이콘은 교육, 재테크(부동산)였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아이 교육 때문에 집 팔아서 대치동 전세 온 엄마들이...
'재테크'와 '교육' 두 가지 모두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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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몇년 후 시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모시게 돼서 큰 평수 아파트로 옮기게 됩니다. 당시 아파트값이 IMF 이후 이전 가격으로 반짝 오르다가 다시 보합 지속되던 시기였는데.. 큰평수 평당가가 비싸서 옮기는데 부담되던 때였습니다
선경 31평 평균 3억 5천 / 55평 평균 8억 5천
그러나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선 방이 많은 집이 꼭 필요해서 과감하게 융자 끼고 55평을 사기로 결정, 급매로 나온 걸 깎아서 7억2천에 계약합니다.
물론 맞벌이에 남편 고소득자라서 이자 비용 감당 및 장기적 원금 상환 가능성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대치동 집값 폭등 전야 부동산에서 55평 계약금만 지르고 자기 믿고 31평 나중에 팔라고 하여 믿고 시키는대로 했는데..
계약 ~ 잔금 2달 동안 4억이 올라서 빚없이 31평 판 돈으로 대치 선경 55평에 입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2년 후, 있던 돈에다 몇천 융자 받은 거 합쳐서 은마 34평을 5억5천에 2억 갭투자 합니다. 남들이 꼭지라고 더 이상 안 오른다는 것을 그냥 제 느낌을 믿고 샀습니다.
여기까지가 성공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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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7년 대치동 집값은 피크를 찍은 후 2013~2014년까지 끝없는 하락세가 계속되고 1년에 최고 3천만원씩 종부세 폭탄에 백기를 들어 2007년 14억까지 갔었던 은마를 2012년 초, 9억 5천에 팔게 됩니다. ㅠ
그리고 2007년 30억까지 갔던 선경 55평이 17억까지 떨어집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 집 사려해도 말리게 되고 부동산에 아예 관심을 끄고 수년간 살게 됩니다. (제가 재초환 반대하는 이유도 이런 상황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미실현 이익 환수가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 학기 초 한창 바쁠 때 부동산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으로 선경 55평을 팔게 됩니다.
그리고 고속터미널 바로 앞 한강변 건축 대상 30평대 아파트를 샀습니다. 물론 학기초 바쁜 시기라 임장도 못 했고 아파트에 대한 정보도 부동산 아저씨에게서 들은 게 전부였습니다.
사 두면 언젠간 효자 노릇할거다..란 말씀.
뭐에 홀린듯 한강변 40년 된 아파트를 계약해 놓고 문득 걱정이 돼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 붇카페로 처음 들어오게 되었고, 나의 투자가 최상의 투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워낙 위치 갑이라 언젠간 효자 노릇할 건 분명하지만 재건축은 속도인데.. 소유주 간의 갈등이 심해서, 수년간 제자리 걸음하는 아파트라서 많은 투자비가 장기간 잠기게 되어 주변 새 아파트 천정부지 오르는 걸 보고 무척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재건축에 깊게 개입되면서 맘고생도 많이 하게 되었고 인생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ㅠ
지난 10년간 손 놓지 않고 결혼 초처럼 열심히 부동산 공부를 했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게 된 것이지요. ㅎㅎ
그리고 지난 몇년 간이 나에게 다시 찾아 왔던 두번째 재테크 최고의 기회였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아쉬움을 느낍니다.
늦었다고 할 때가 빠를 때라고.. 어차피 오래 묻어둘 반포 한강변 아파트는 잊고 작은 아파트 한 채 더 사기로 결정합니다.
이유는, 집 한 채로는 집값 올라봤자 다른 아파트도 올라서 별 의미 없기 때문이기에...
그리고 요즘엔 큰 평수나 작은 평수나 오르는 폭이 비슷해서.. 큰 평수 한 채보다 작은 거 두 채가 양도세 내도 더 이익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번에도 글 쓴 적 있지만 집값 하락기엔 큰 평수가 환금성이 떨어져서 하락 폭이 더 큰 걸 경험해서 55평 팔아서 30평대 2개로 나눈 것입니다.
일단 대치동 아파트를 사기로 했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오래 살았던 곳이라 막상 팔고 나니 상실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자꾸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서 대치역 바로 앞,
래대팰 앞 한 동짜리 선경3차 리모델링 할 아파트를 5월에 샀습니다.
집을 쉽게 사고 파는 편인데 선경3차는 일주일을 고민하다가 산 아파트입니다.
나 홀로 동이란 점 때문에.. '못난이'가 아닌가???
그러나 대치역 100m 위치가 너무 좋고 래대팰, 우선미와 인프라 공유, 대치 1동이란 특수성(대치초/대청중) 29평이 38평으로 리모델링되면 추분 포함 투자비 모두 전세금으로 빠지고 18년 3월 관리처분, 여름 이주라서 진행 상황의 확실성이 보장되고 공사 기간 2년 이내라서 투자비 빨리 빠지고...
래대팰과의 갭만큼 유지하며 함께 오르내리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성 좋다고 판단했고, 대치1동에 이렇게 만만한 아파트 하나 정도는 있어줘도 괜찮을듯하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질렀습니다.
***
제 투자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두고 봐야지만 저의 부동산 공부는 이제 다시 시작되었고 이것이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기에 앞으로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긴 글을 쓴 이유는 지금 집 문제로 좌절하는 분들과 우리 아이들처럼 집 사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희망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그때는 집 사기 쉬웠잖아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제 때는 훨씬 쉽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건,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태도입니다.
아무리 고소득이라 할지라도 재테크를 하지 않고차곡차곡 돈을 모아 집 사기는 힘듭니다.
처음부터 강남 요지의 아파트만 바라보며 쉽게 좌절하거나 비판적인 자세만 취하지 말고 공부하면서 방법을 찾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공부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가 와도 알지 못하고 그냥 흘려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늘 푸르게님'이 쓰신 합리적 소비 방법의 글이나 '우석님'의 재개발 투자를 권하는 글을 눈여겨 보시길 권합니다.
집값 상승 외 개발 호재가 함께 하는 아파트에서 돈 불려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요즘 젊은 분들 중엔 집 장만보다 호화 결혼식이나 외제차를 우선시 하는 경우가 많던데... 그런 식으로는 절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것 위주로 합리적인 소비로 돈 모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번에 산 재건축 아파트에서 70년대 생 소유주들을 만나보니..
강북 재개발 아파트를 사서 빨리 재개빌 되도록 직접 발로 고생하며 뛰어서 재개발 후 팔아서 돈 불린 후 강남 새 아파트가 아닌, 강남 재건축으로 갈아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몇번 이사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했구요.
금수저들만 강남에 사는 건 아닙니다.
의지와 노력을 함께 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꾸준한 부동산 공부를 통해서 일단 작은 집이라도 최대한 가용 범위 내에서 투자 가치 있는 곳을 골라서 사시길 권합니다. 그런 집을 사다리 삼아야만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돈 가치가 떨어지고 좋은 곳에 대한 수요는 계속되기에 집값은 계속 오를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신혼 때, 연립 빌라를 사지 않았거나 비인기 지역 아파트라도 분양받지 않았다면 강남 집입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집들이 강남 진입의 발판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말씀 드리고 싶은 요점은 늘 부동산에 관심갖고 공부하여 단계적인 이동을 계획하시라는 것입니다.
저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서 계속 열심히 공부하고 여러분과 정보 교류를 하려 합니다. 붇카페에 좋은 정보가 많이 올라 오지만 가진 돈이 적어서 침만 꿀꺽 삼키며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난감해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리고자 좀 창피하지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 봤습니다.
우리 모두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홧팅~합시다!!
감사합니다.^^
출처: 부동산 스터디 https://cafe.naver.com/jaegebal/410088
대치동 엄마들의 두 가지 아이콘
낮에 큰애 친구 엄마들 모임이 있어서 나갔다 왔습니다. 아이 초6부터 만나기 시작해서 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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