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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틀로이드] 강남에도 못난이 아파트가 많아요.

이예이 2020. 4. 24. 02:23

 

 

가끔 이 카페 댓글에서 일부 지역이나 집들을 비하하는 글들을 종종 봅니다. 그러나 모든 집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습니다.

 

싸든 비싸든 

평지든 언덕이든

아파트든 빌라든

신축이든 구축이든

 

각자에 맞게 수요가 있기에 함부로 남이 사는 집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차 타고 지나다보면 국도변 무심히 서 있는 빌라들 '저긴 누가 살까?' 생각하며 지나치지만 밤이 되면 그곳에서도 반짝반짝 삶의 온기가 퍼져 나옵니다. 모두 비싼 집만 있다면, 싼 월세집이 없다면 은행 문턱이 높아 전세자금대출도 못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어디에서 삽니까?

 

 

 

 

오늘은 못난이 아파트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1. 강남에도 못난이가 많습니다.

 

나홀로 아파트

최저층 아파트

교통이 불편한 아파트

언덕 위의 아파트

앞이 막힌 아파트

 

대체로 이런 아파트를 우린 '못난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잘만 하면 그런 못난이 아파트가 재테크 + 실거주로 매우 훌륭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물좋고 정자 좋은 곳을 우린 선호합니다. 그러나 그런 곳은 이미 넘사벽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꼭 핵심지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차선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못난이 아파트입니다.

 

강남에도 입지 좋은 곳 대장 아파트들 사이에 쏙쏙 숨어 있거나 같은 아파트로 여겨지는 나홀로 아파트가 많습니다.

 

청담 삼익 옆 신동아 아파트

역삼동 개나리SK뷰 옆 동부센트레빌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앞 선경3차

삼성동 삼성래미안 부근 SK뷰

등등...

 

역에서는 살짝 멀지만 학원이 가깝거나 공원을 끼고 있거나 뷰가 좋은 가성비 좋은 아파트들이 제법 좀 있습니다.

 

 

 

 

2. 핵심지에 아파트를 사는 방법은?

 

그런데도 꼭 핵심지에 아파트를 사고 싶다 생각한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외곽에서 저평가 된 곳을 골라서 적게 투자하고 많은 차익 남겨서 빨리 핵심지로 들어오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도의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고 핵심지 오르는 비율을 쫓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방법은 조금 더 여유가 되는 분이라면, 핵심지에 싼 매물(못난이)을 찾아서 융자 좀 끼고 미리 들어와서 실거주하며 주변 시세만큼 따라가다가 돈이 더 모이면 갈아타는 방법입니다.

 

 

 

 

3. 아파트 가격은 수학 공식처럼 정확합니다.

 

왜?

여기보다 저기가 더 비싸지?

 

가만히 살펴보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작년까지 살던 아파트 이야기인데요. 이상하게도 그 옆 아파트보다 같은 평형 대비 우리 아파트가 꼭 1억이 싼 거에요. 역도 2개를 이용하는 건 같고 생활편의 시설도 오히려 더 편하고 학군도 같은데..

 

왜?

 

나중에 부동산 아저씨한테 듣곤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땅 모양이 양재천 변이 짧고 옆 아파트는 앞에 쇼핑 센터가 있어서 양재천 변으로 긴 형태라서 재건축 하면 전망 동이 더 많다는 이유었습니다.

 

역과의 거리

전망 유무

단지 세대수

지리적 위치

학군

단지 내 초등학교 유무

쇼핑 시설

직장과의 거리

학원과의 거리

신축 구축

 

우리가 휙 보고 선택하는 집에 대한 정성평가 속엔 이런 정량화된 요소들이 모두 내재되어 있는 겁니다. 못난이 저렴이를 보고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가성비를 따져보세요. 나홀로 아파트니까 초등학교가 멀어서 교통이 좀 불편해서.. 이런 저런 이유 떄문에 그 아파트들은 싼 것이고 한 두 가지의 불편을 감수하고도 그런 집들이 필요한 주머니가 가벼운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못난이는 못난이대로의 이유가 있고 존재 의미가 있는 겁니다.

 

 

 

 

4. 예쁜 못난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단지에 끼인 나홀로 아파트는 학군 및 생활인프라를 모두 공유하고 대장 아파트들이 가격을 끌어주면 함께 따라 올라가며 저점기에도 대장들이 버텨줘서 다른 지역보다 덜 떨어집니다. 물론 대장이 10걸음 갈 때 이 아이는 7걸음밖에 못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습니까?

그만큼 싸게 샀잖아요?

 

넘보고 비교하며 안달만 내지 않는다면 가성비 좋은 못난이들이 많습니다.

 

 

성남 신흥역 초역세권 백두시티웰빙(2005년) 아파트가 있습니다.

 

총 36세대 나홀로 아파트인데

딱 1년만에 2억 올랐습니다.

(97.47/28평/1.2억 갭)

 

<수정>

도환중1구역 재개발에 포함

 

이런 못난이들은 예쁜 못난이지요.

 

 

 

 

5. 못난이를 사고 파는 시점은?

 

제 주변에 부동산 고수 한 분은 꼭 저렴이 못난이들만 사는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사는 시점은 꼭 부동산 저점기입니다.

 

이유는?

 

못난이들도 상승기에는 잘난이들 못지 않게 잘 팔리곤 합니다. 그러나 저점기엔 잘 안 팔려서 보통보다 하락 폭이 큽니다. 그래서 못난이들을 저점기에 아주 싸게 사서 잘 고쳐서 실거주하다가 상승기에 팔면 로얄층 못지 않게 팔립니다.

 

제가 작년에 살다가 팔았던 2층 아파트는 로얄층도 많이 나와 있었지만 최고가로 팔고 나왔습니다.

 

살 때는, 보통 시세보다 약1.5억 급매였습니다.

(1999년, 55평 9억일때, 7.35억)

 

비싸게 팔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인테리어를 잘 했고 깨끗하게 관리했고 또 하나는 상승기였기 떄문입니다.

 

 

 

 

6. 인테리어는 가성비 높은 투자

 

저는 집 인테리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사는 것 같이 살자 제 삶의 지론입니다. 그리고 팔 때도 빨리 팔리고 제값 이상 받습니다. 집도 매매할 때는 일종의 상품입니다.

 

재래시장에 흙묻은 채소도 잘 닦여서 백화점에 놓이면 왠지 비싸보입니다.

 

역으로, 우리가 집을 보러갈 땐 다시 인테리어 할 집이라면 그런 것에 현혹되지 말아야겠죠?

그래서 고수들은 집을 살 때 안 보고 산다고 합니다. 어차피 수리한다고 생각하고 정량화된 수치로 접근해야 견물생심에 안 빠지고 혹은 너저분함에 중요한 걸 놓치지 않기 때문이죠. 그만큼 인테리어는 집을 사고 팔 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집을 보러 갈 때 집만 보는 게 아닙니다. 그 집에 흐르는 삶의 기운도 함께 보게 됩니다.

 

어느 집에 들어섰을 때 보글보글 찌개 끓이는 냄새가 나면

아, 이 집은 참 포근한 집이구나!

 

커피향과 빵 굽는 냄새가 난다면?

와.. 럭셔리하고 우아하구나!

 

이렇게 느끼면서 새집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됩니다.

 

 

 

 

전셋집이니까 대충 살자

 

이건 내 소중한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7. 인테리어 돈 너무 많이 들잖아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돈 많이 안 들이고도 집을 꾸미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신도시 집이 안 팔려서 일단 서울 나와서 전세로 살던 시절 재건축 직전의 낡은 아파트를 반셀프로 인테리어 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창틀을 떼어내서 스카치 테이프를 유리에 붙이고 하얀 페인트 한 통 사서 칠하고 청계천에서 할로겐 램프 사서 전기 기사 불러서 천정에 심고 방산 시장 '종로 벽지'에서 도매가로 합지 사서 거실 셀프 도배 하고 나머지 보이는 부분은 친환경 페인트로 칠하고 문제는 화장실!

 

주인과 2:1로 돈 내는 조건으로 청계천 도기상에서 소개받아서 100만원에서 올수리 했습니다.

 

집 인테리어의 반은 짐을 줄여야 하는 겁니다. 짐을 최대한 줄이고 (수납장을 많이 짜서 넣음) 조명을 분위기 있게 하고 그림 액자만 있으면 인테리어는 대충 완성됩니다. 그렇게 수리 끝내곤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피아노도 거실에 꺼내 놓곤 아이 친구들과 엄마들을 초대해서 포트락 파티를 했습니다.

 

파티 몇 주 전에 초대할 아이와 엄마들께 연락해서 아이마다 노래든, 악기든 한 곡씩 준비하라 하고 엄마들은 음식 한 가지씩 준비해 오라고 했더니 훌륭한 파티가 되었습니다. 매일 장난하고 싸우던 꾸러기들이 예쁜 옷을 입고 몇주간 연습한 곡을 긴장된 모습으로 발표하고 서로 경청하며 박수쳐 주던 즐거운 추억이 생각나네요

 

이렇게 집은..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집을 2년도 못 채우고 신도시 집이 팔려서 내집을 사는 바람에 복비 물고 나오게 됩니다. ㅎㅎ

사람들은 남 좋은 일만 시켰다고 아깝다고 말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내가 만족하며 즐겁게 살았고 또 원하는 시점에 빨리 집을 뺼 수 있었던 것도 집이 깨끗했기 떄문입니다.

 

싸게 사서 싸게 팔 생각을 하지 말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입지 좋은 핵심지 숨은 못난이를 찾아내어 저점기에 싸게 사서 내 취향에 맞게 적당히 고쳐서 살다가 상승기에 비싸게 팔면 가성비 굿인 투자 아닌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쌀 때는 멀쩡한 집도 사기 싫어집니다. 더구나 못난이 더욱 외면당합니다. 남들과 거꾸로 가는 투자 간혹 이것도 투자 포인트입니다.

 

또 다시 밤이 되었습니다. 집집마다 반짝반짝 불이 켜집니다.

그 속엔 또 어떤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출처: 부동산 스터디 https://cafe.naver.com/jaegebal/77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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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카페 댓글에서 일부 지역이나 집들을 비하하는 글들을 종종 봅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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