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틀로이드] 집을 팔아야 하나 버텨야 하나
얼마 전 아는 한 엄마가 대치동 일타 강사 접수하느라 한 나절을 줄 서서 기다렸다고 하더군요.
대체 어떤 강사길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에 우리 아이 고3 때, 계속 폐강되던 강사였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있는 강사는 분명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폐강돼서 몇몇 아이들이 팀을 짜서 고3 때 수강료 맞추면서 겨우겨우 파이널을 끝냈던 강사였습니다. 그러던 그 강사님이 이젠 한 강의당 2~3백 명까지 수강한다고 합니다.
1. 지금은 트랜드 시대
대치동을 리드하는 유명학원에 대형 자본이 들어오면서부터 실장들이 입소문으로 이끌던 때와 국면이 전환되는 느낌입니다. 버스 안팎, 정류소, 지하철 등등 광고 폭탄에서부터 중소학원들과 경쟁이 안 됩니다. 그리고 각지역을 대표하는 톡방이나 카페 등에 오르내려야만 수강자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대형 강의와 극소수 클리닉 둘만이 살아남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날이갈수록 면대면 접촉보다 인터넷 등을 통한 접촉이 많아서 SNS를 통한 트랜드 형성에서 소외되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뭐든 그런 것 같습니다. 유아용품부터 시작해서 음식점, 교육, 부동산 등등 광고나 sns의 힘이 너무 커졌습니다. 일단 평점을 보고 점수가 낮으면 패쓰하고 높은 점수를 받은 것들부터 고르기 시작합니다.
부동산도 역시 그렇습니다. 몇몇 강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사람들 입소문을 티서 투자자들이 들어가야 집값이 오릅니다. 주어진 자금과 시간 내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여러 사람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자 경험이 오래되고 실전에 강한 백전노장보다는 인터넷에 능한 젊은 분들이 부동산 트랜드를 형성하는 주역으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상승기는 행운을 잡기 좋은 시점으로서 그 결과물만 보면 충분히 전문가라 지칭할만 분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춘추전국 시대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러다보니 옥석을 고르기가 힘들고 그들이 각각 내세우는 전망들이 서로 상반된 경우가 많아서 부동산 투자자들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간혹, 정보 공유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공적이 투자자의 수익률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져서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2. 제로섬(Zero-Sum) 게임?
부동산 투자는 어떤 경우엔 제로섬(Zero-sum)게임이기도 합니다.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게임이죠.(이럴 땐, '투기'라는 표현이 맞겠죠)
가치 투자가 아닌, 단기 투기로 차익을 얻기 위해 물리적으로 붐을 일으켜서 투자자들을 몰리게 하는 경우인데. 차익을 실현하려는 입장에선 손해를 보는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손해를 보는 대상이 반드시 부알못만은 아닙니다. (*부알못 :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 부알못은 대체로 실거주자들이기에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럼 결국, 제로섬 게임의 피해자는 빠르게 움직이는 정보 공유자 속에서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접수하는 게임이 나의 이익을 위함인지 그들의 이익을 위함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수백명 앉아서 듣는 대치동 대형 강의에서 소수만 알아듣고 나머지는 들러리가 되는 상황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측은지심님의 댓글 첨가>
부동산은 어떤 카테고리로 묶으면 제로섬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가 올라 다수의 참여자가 이익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전체적 우상향의 경우 제로섬이 아닌, 윈윈의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3. 케이스 바이 케이스
또한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나에게도 적합한 방식인가 잘 따져보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타 강사의 강의를 등록하고 야무진 계획으로 시작하는 고3 파이널 강의 계획은 3월 모의고사나 6월모의고사 후 새롭게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수업을 다시 찾아가는 거지요. 그나마 본인이 들러리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는 경우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능 전날까지 거기에 편승해서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이번 수능이 불수능을 넘어서 지옥불 수능이라고 하는데 수능 공부의 가장 큰 문제는 고등학교 3년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갖춰진 학습 인프라가 고등학교 때 꽃을 피우는 형상입니다.
고3 1년간, 1타 강사에 의해서 자신의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학생은 그간 차곡차곡 쌓아 온 기본기가 잘 갖춰진 학생들입니다. 만약 그 과정에 구멍이 있는 학생은 그에 맞는 클리닉이 병행돼야만 합니다.
부동산도 그렇습니다. 경제 사정, 라이프 스타일, 목표, 욕망 등등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그에 맞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4. 전망은 왜 필요한가?
전문가들의 부동산 전망에 일희일비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집값을 내세우며 논쟁을 유발하거나 안 오른다고 조바심내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사실 부동산은 과정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아무리 많이 올랐어도 팔고자 할 때 내리면 소용없습니다. 팔 때 비싸야 합니다.
지금 신축이라 한창 주가를 달려도 언젠가 팔려고 할 땐 구축이 되어 새로운 신축이나 입지에 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값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기에 현재 가격으로 미래 전망까지 100% 점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당분간 매도 의사가 없이 홀딩 여유가 되는 분들이라면 단기적 전망에 흔들릴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부동산 전망은 당장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살 계획이 있는 사람 매도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비쌀 때 팔아서 돈을 지니고 있다가 쌀 때 살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 정도로 예측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전문가라 할지라고 쉽지 않을 듯합니다. 우리나라같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 팔아서 집값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돈을 들고 있기에는 불안합니다.
쌀 때 팔아서 싸게 들어갈 것인가?
비싸게 팔아서 비싸게 들어갈 것인가?
이런 선택만이 있을 뿐인데 둘 중 그 어느 것이든 결과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굳이 선택하라면, 전자의 경우가 좋을 것 같습니다. 상승기에 요지의 부동산은 그 흐름을 빨리 탈 가능성이 높고 흐름이 늦는 지역일수록 온기가 줄어들어 상승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는 정부 규제책이 나와서 온기가 퍼지기도 전에 찬 서리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요지의 부동산은 상승기엔 매물 품귀라 조정기에 팔 수만 있다면 싸게 팔아서 요지의 부동산으로 갈아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 거는 비싸게 팔고 싶고 남의 거는 싸게 사고 싶어서 작은 금액을 흥정하며 망설이다 보면 결국 중요한 시점을 놓쳐 소탐대실하게 됩니다.
5. 팔 때는 과감하게 팔자
요즘 일시적 2주택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시적 2주택 비과세 만기를 앞두고 융자 끼고 산 아파트를 팔아야 할 시점을 살짝 놓쳐서 매매가 잘 안 되는 지금같은 조정기에 고민이 많습니다.
싸게 팔아야 하는가?
2주택으로 지니고 가야 하는가?
사실 지금은 매우 복합적인 상황이라 앞으로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긴 누구도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요지의 공급 부족
직주 근접 수요 증가
학군 수요
시중 자금의 유동성
돈의 가치 하락
등을 생각하면 집값이 오를 것 같고
단기적으로는...
종부세 상승
사상 유례없는 대출 제한
금리 인상
정부 정책
등을 생각하면 조정기가 오래 갈 것 같고
그러나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조정기를 거치면 우상향으로 본다는 점
단지 그 조정기가 언제까지냐?
당장 내년 초부터 집값이 오른다는 의견도 있고 조정기가 오래 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국, 본인의 소득에 맞춰서 이자 감당 능력이 중요한 것 같은데
본인의 선택 사항이겠지만 앞으로 조정이 길게 간다면 비과세 기간 중 '조정+반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더라도 지금 가격과 비슷할 거 같으니 하루라도 빨리 파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둔감하게 움직이면 좋은데... 스트레스 많이 받고 본인이 민감한 성향이라면 조정기가 길어질 경우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조정기에 맘고생값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팔아야겠다고 맘 먹으면 조금 손해본다는 느낌으로 과감하게 팔아야 합니다.
'다음 사람 먹을 것도 남긴다'는 마음으로 팔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건, 팔고 나서 오를 경우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함이고 그렇게 팔지 않으면 팔 수 없음에 대한 경계의 말입니다.
6. 한번 팔면 다시 사기 힘듭니다.
그러나, 사실 집 한 채로는 부동산 투자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상승기에.. 내꺼 오르면 다른 것도 올라서 교환가치로 따지면 세금 빼고 나면 같은 걸 못 사니까요. 20년 전 집값을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지닌 집을 팔아야 하는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훗날, 자식들의 입에서 어떤 소리가 나올까 생각해 보면서 말입니다. 더구나 이젠 대출이 힘들어져서 팔아서 대출 갚고 좀 남긴다 해도 다시 집 사기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할 상황같습니다.
다주택이 힘든 점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이상 지니고 있다보면 그 집들 사이에서 돈의 흐름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 전세가 내려서 돈이 필요하면 다른 데 월세 받던 것을 전세로 돌리고 목돈 생기면 전세 대신 월세 받고 전세가 오르면 다시 투자하고..
특히 젊고 아직 경제 활동이 왕성한 분들이라면, 수입이 줄어들 때를 대비하여 어떤 식으로 재테크를 할 것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7. 어둠 속에서 '나'를 봅시다
2019년 부동산 시장은 어두운 굴 속을 통과하는 상황 같습니다.
긴 굴인지..
짧은 굴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차가 어두운 굴 속을 지날 때 우리는 창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습니다.
상승기에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차분하게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강의란 강의는 모두 찾아 듣고 현란한 전문 용어들을 즐겨 쓰며 전국구로 아파트를 줄줄 꿰고 있지만 정작 투자 실행엔 소극적인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현학적인 부동산 이론과 화려한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건 자신이 추구하는 만큼의 수익률입니다. 강남의 아파트를 거금으로 사서 크게 차익을 얻는 것이 목적인 분도 계시고 갭 몇 천 이내의 빌라를 여러 채 사서 수익 얻는 것이 목적인 분도 계십니다.
누가 더 낫다 못하다는 말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경제 사정에 따라서 그리고 라이프 주기에 따라서 각각 목적은 달라지니까요. 굳이 전국을 누비며 투자하지 않고 내가 잘 알고 있는 지역만으로도 투자할 곳은 충분히 많습니다. 잘 모르는 곳을 누군가의 말과 몇번의 임장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일단 내가 잘 알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조금씩 영역을 확대해 가면서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서 투자 시점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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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유행하던 말이 있습니다. 이젠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10년 뒤 부동산은 폭등했고 어느 누군가는 폭등에 편승해서 부자가 되었고 어느 누군가는 상대적 빈곤에 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저번에도 말씀 드렸듯이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의, 식, 주는
우리 생활의 기본이고
더 예쁜 옷
더 맛있는 음식
더 좋은 집은
우리의 욕망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욕망을 지닙니다. 그러기에 부동산 투자도 계속해서 곡선을 그리며 갈 겁니다. 성공적인 투자만이 전문가의 요건이 아닙니다. 진짜 전문가는 위기도 경험해 보고 그에 대한 대책도 강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어려운 지금같은 시점 조금 우울해질 수도 있으나 이런 경험들을 거쳐야만 단단한 투자자 혹은 생활인이 되는 겁니다. 중간 과정이라 생각하고 수강료를 내는 거라 생각하면 다소 지겨운 이 시간이 반전을 위한 워밍업 기간이 될 수 있습니다.
간절한 바람과 아픔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떨어지는 행운은 완전한 내것이 아닙니다. 쉽게 행운을 얻은 사람은 들뜬 기분에 사로잡혀서 분석과 반성의 시간이 없기에 어느 순간 소모해 버리고 나면 남는 게 없거나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완전한 나만의 것,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인사이트를 기르기 위해 어두운 굴 속을 통과하는 지금 열심히 공부해 봅시다.
출처: 부동산 스터디 https://cafe.naver.com/jaegebal/854158
집을 팔아야 하나 버텨야 하나
얼마 전 아는 한 엄마가 대치동 일타 강사 접수하느라 한 나절을 줄 서서 기다렸다고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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